오늘 서울에서는 수년 만에 한일중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협력의 복원'을 외치고 있지만, 단편적인 뉴스 브리핑만으로는 이번 회담의 진짜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과거 외교 현장에서 수많은 공동 발표문의 단어 하나, 쉼표 하나를 두고 밤샘 협상을 벌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 발표된 공식적인 단어 뒤에 숨은 각국의 치열한 전략적 셈법과 이번 회담이 대한민국에 가져다줄 실질적인 이익과 과제를 날카롭게 분석해 드리고자 합니다.
기억하십시오. 외교에서 겉으로 드러난 '합의'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이행'입니다.
3줄 요약: 공식 발표로 본 한일중 정상회담 핵심 결과
바쁘신 분들을 위해 공동 발표문의 핵심 내용만 먼저 요약해 드립니다.
- 📈 경제/공급망: 3국 FTA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 속 핵심 품목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 인적/문화 교류: 경색되었던 3국 국민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5-2026년을 '한일중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인적 교류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 🕊️ 안보/정치: 3국 정상회의 및 외교장관 회의의 정례화에 합의했으며, 한반도의 비핵화가 3국의 공동 이익임을 원칙적으로 재확인했습니다.
발표문 너머의 진실: 전직 외교관의 '행간 읽기' 분석
공식 발표는 외교의 '결과물'일뿐, 진짜 속내는 단어의 선택과 표현의 수위, 그리고 의도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침묵'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제가 과거 외교 협상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 사안의 실질적인 무게와 그 이면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한일 관계: '미래'는 강조, '과거사'는 침묵의 의미
이번 한일 양자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미래지향적 관계'라는 표현을 유독 여러 차례 사용했습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같은 '과거사'라는 민감한 현안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기도 합니다.
✍️ 전직 외교관의 경험 노트:
"제가 경험한 바로, 외교에서 '미래'를 유독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난제'를 우회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 때가 많습니다. 이는 관계 개선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지만, 동시에 근본적인 갈등 해결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실용적 접근인 셈이죠."
결국, 핵심은 이것입니다. 과거사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을 테이블 아래에 둔 채, 경제와 문화 협력만으로 양국 관계가 진정으로 정상화될 수 있을까요? 이번 합의는 '전진'이라기보다는 '숨 고르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중 관계: 경제는 '협력', 안보는 '평행선'
한중 관계에서는 '정경분리(政經分離)'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공급망 안정화와 FTA 추진 등 구체적인 '협력' 의지를 보였지만, 사드(THAAD)나 대만 해협 문제 같은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각자의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하며 평행선을 그었습니다.
✍️ 전직 외교관의 경험 노트:
"중국 측 발표에서 '상호 핵심 이익 존중(尊重彼此核心利益)'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면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외교적으로 '우리의 안보 주권(대만, 남중국해 등)에 간섭하지 말라'는 정중하지만 단호한 압박입니다. 경제적 실리와 안보적 원칙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딜레마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입니다."
(출처: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 공식 발표문 [가상 링크])
경제 협력이라는 당근을 받았지만, 우리의 외교적 자율성을 제약하려는 중국의 의도 또한 명확히 확인된 셈입니다. 안보 이슈가 언제든 경제 협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합니다.
3국 협력 체계: '정례화 합의'의 실질적 무게는?
그렇다면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요? 저는 단연코 '3국 정상회의 정례화 합의'를 꼽겠습니다. 수년간 미중 갈등과 과거사 문제 등으로 표류하던 3국 협력의 틀을 복원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 전직 외교관의 경험 노트:
"정상회담 정례화는 '언제든 최고위급 대화 채널을 열어두겠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같습니다. 이 합의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않더라도, 오해와 불신이 쌓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중요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갈등이 생기더라도 일단 만나서 이야기할 공식적인 판이 다시 깔린 셈이죠."
그래서 대한민국에 남는 것은? 실질적 손익계산서와 향후 전망
결국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었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게 되었을까요? 냉정한 손익 계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가 얻은 것(Gain): 경제 안정성 확보와 외교적 고립 탈피
- 경제 안보 확보: 미중 경쟁 심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혼돈 속에서, 우리는 일본, 중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며 외교적 선택지를 넓혔습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채널을 복원한 것은 우리 기업과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이익입니다.
- (관련 글: [내부 링크]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한국의 대응 전략)
- 외교적 위상 제고: 동북아 3국 협력의 '운전대'를 우리가 잡고 회담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외교적 위상과 역할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우리가 감수할 것(Cost/Risk):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의 시험대
- 미국의 견제 가능성: 이번 회담, 특히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 합의에 대해 우리의 핵심 동맹인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견제 전략과 우리의 경제 협력이 충돌할 가능성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 (참고 자료: 미 국무부 정례 브리핑 기록 [가상 링크])
- 국내 정치적 부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국내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정부가 외교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전망: 향후 1년, 한일중 관계의 핵심 관전 포인트 3가지
- 후속 실무회담의 속도와 깊이: 합의는 선언에 불과합니다. 각 분야별 장관급, 실무급 회담에서 얼마나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합의 내용이 이행되는지가 이번 회담의 성패를 가를 첫 번째 시금석입니다.
- 미국 대선 결과의 영향: 올해 말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는 동북아 정세의 가장 큰 변수입니다.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중/대일 정책 기조에 따라 3국 관계의 역학 구도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입니다.
- 북한의 잠재적 도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3국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지점입니다. 향후 북한의 도발 시 3국이 얼마나 실질적인 대북 공조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협력 체계의 견고함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입니다.
결론: 성과와 과제, '신중한 낙관론'이 필요한 이유
이번 3국 정상회담은 수년간의 경색 국면을 뚫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멈춰 섰던 협력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한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만찬과 훈훈한 악수 뒤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어렵게 얻은 '기회의 창'을 최대한 활용하되,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는 잠재적 갈등 요인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섣부른 낙관보다는, 차분하고 신중한 자세로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