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AI 개발자가 솔직하게 짚어본 대통령의 '글로벌 AI 기본사회': 꿈과 현실 사이
서론: 'AI 기본사회', 개발자의 책상에서 바라본 첫인상
최근 대통령이 제시한 '글로벌 AI 기본사회'라는 비전은 IT 업계, 특히 저와 같은 AI 개발자들에게 큰 화두를 던졌습니다. AI 기술을 통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더 나은 삶을 누리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규범 형성을 주도하겠다는 담대한 포부였죠. 매일같이 코드와 데이터와 씨름하는 제게 이 선언은 마치 먼 미래의 청사진처럼 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뛰는 도전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대통령의 선언, 그 핵심 내용 다시 보기
먼저, 발표의 핵심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정부는 'AI 기본사회'를 통해 AI가 제공하는 혜택을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AI 혜택의 보편화: 국민 누구나 AI를 통해 교육, 의료, 행정 등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 생산성 혁신: AI를 활용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한다.
- 글로벌 규범 선도: AI 기술의 안전하고 윤리적인 사용을 위한 국제적 규범과 질서 확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기술이 사회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비전입니다.
[외부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공식 브리핑 자료]
왜 현직 개발자의 시선이 중요한가? (코드와 정책의 간극)
하지만 멋진 정책 발표와 실제 코드 한 줄을 짜는 현장 사이에는 생각보다 깊은 간극이 존재합니다. 정책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말한다면, 개발자는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매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지난 10년간 자연어 처리(NLP) 모델을 개발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아이디어는 훌륭했지만 데이터가 부족해 좌절하기도 했고, 최신 기술을 적용하려다 예상치 못한 규제에 발목을 잡힌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막연한 기대나 비판 대신, 현장의 경험(Experience)을 바탕으로 'AI 기본사회'의 기술적 가능성과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현실적인 허들을 솔직하게 짚어보려 합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본 'AI 기본사회'의 가능성: 우리가 이미 만들고 있는 미래
놀랍게도, 'AI 기본사회'의 핵심적인 모습들은 이미 우리 개발자들의 손에서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미래입니다.
AI로 인한 생산성 혁명: ‘단순 반복 업무의 종말’은 이미 현실
'AI가 생산성을 혁신한다'는 말, 이제는 피부로 와닿는 현실입니다. 제 경우만 봐도 그렇습니다.
- 문서 요약: 과거에는 수십 페이지의 기술 문서를 읽고 핵심을 파악하는 데 반나절을 썼지만, 지금은 자체 개발한 요약 모델로 5분 만에 주요 내용을 파악합니다.
- 코드 생성: 간단한 테스트 코드나 데이터 전처리 스크립트는 더 이상 직접 짜지 않습니다. AI 코드 어시스턴트에게 지시하면 순식간에 초안이 완성되죠.
얼마 전, 저희 팀은 고객 문의 로그 수천 건을 분석해 주요 키워드를 추출하는 작업을 AI로 자동화했습니다. 수작업으로 꼬박 3일이 걸리던 일이 이제는 단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아낀 시간 덕분에 저희는 더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AI가 가져온 생산성 혁명의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개인화된 공공 서비스의 실현: '나만의 AI 비서'가 현실로
정부의 복잡한 민원 서비스나 나에게 맞는 복지 혜택을 찾아주는 '나만의 AI 비서'도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이는 현재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 기술과 RAG(검색 증강 생성) 기술을 결합하면 충분히 구현 가능합니다.
쉽게 말해 RAG는 AI에게 방대한 정부 데이터베이스라는 '오픈북'을 쥐여주고, 사용자의 질문에 가장 정확한 페이지를 찾아 근거를 기반으로 답변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렇게 하면 AI가 거짓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각 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신뢰도 높은 맞춤형 답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챗봇 개발 현장에서는 이 기술이 활발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 오픈소스와 데이터 공유의 힘
대통령이 언급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AI 생태계의 핵심입니다. 저 역시 GitHub에서 다른 개발자들의 코드를 참고하고, Hugging Face에 공개된 사전 학습 모델을 활용하며 수많은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AI 기술은 결코 한 국가나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오픈소스 문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발전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GPAI(글로벌 AI 파트너십) 같은 국제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기술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외부 출처: 글로벌 AI 파트너십(GPAI)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할 현실적 과제들: 개발자가 느끼는 3가지 허들
장밋빛 미래에도 불구하고, 현장 개발자로서 느끼는 현실적인 장벽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AI 기본사회'는 구호에 그칠 수 있습니다.
과제 1: '쓸 만한 데이터'의 부재와 편향성 문제
개발자들 사이에는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즉, 쓰레기 데이터를 넣으면 쓰레기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죠. AI 모델의 성능은 전적으로 학습 데이터의 '질'에 달려있습니다.
과거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상권 분석 모델을 만들려던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마다 형식이 제각각이고, 누락된 값도 너무 많아 전체 프로젝트 기간의 70%를 데이터 정제에만 쏟아야 했습니다. 결국 모델의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프로젝트는 아쉬움 속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고품질 데이터의 부재는 AI 개발의 가장 큰 발목을 잡는 문제입니다.
과제 2: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
최신 고성능 AI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중간 규모의 언어 모델 하나를 제대로 학습시키려면 NVIDIA의 A100 같은 고성능 GPU 수백 장을 몇 주 동안 쉬지 않고 가동해야 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만으로도 수억 원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 개발자나 스타트업은 물론, 웬만한 중견기업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정부 차원의 과감한 인프라 지원 없이는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 출처: NVIDIA 공식 블로그 - AI 모델 학습 비용 관련 분석 보고서]
과제 3: 기술 발전 속도와 법/제도 사이의 불일치
마지막으로,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데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AI 모델이 생성한 이미지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웹사이트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요?
저희 팀 역시 새로운 AI 서비스를 기획하고도 규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출시를 망설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혁신을 꿈꾸지만, 동시에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명확하고 유연한 가이드라인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결론: 코드 한 줄에서 시작될 'AI 기본사회', 성공을 위한 제언
'글로벌 AI 기본사회'는 더 이상 막연한 꿈이 아닙니다. 기술은 이미 문턱까지 와 있고, 남은 것은 우리가 현실의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명의 개발자로서, 이 담대한 비전의 성공을 위해 몇 가지를 제언하며 글을 마칩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정부와 기업에 바라는 점
- 정부에게: 단순히 구호를 외치기보다, 개발자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십시오. 실패를 용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무엇보다 고품질의 공공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개방하는 로드맵을 제시해주시길 바랍니다.
- 기업에게: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R&D 투자를 이어가야 합니다. 또한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내외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 우리 모두에게: AI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도구가 아닙니다. 기술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AI가 만들어낼 사회적 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AI 기본사회'는 정부의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정책 입안자의 비전, 기업의 투자, 그리고 저와 같은 개발자들의 코드 한 줄 한 줄이 모여 비로소 현실이 될 것입니다.
글쓴이: 김현준
소속/직책: 현) 테크프론티어 AI Lab, Senior AI Engineer
주요 경력: 자연어 처리(NLP) 및 머신러닝 모델 개발 10년, 개인화 추천 시스템 프로젝트 리드
링크: 개인 GitHub 프로필 | 링크드인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