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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국방장관-주한미대사대리 접견, 공식 발표 너머의 3가지 핵심 의제

thread2 2025. 11. 2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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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만났습니다. 언론에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는 간결한 메시지가 나왔죠. 하지만 이런 고위급 접견은 결코 단순한 상견례로 끝나지 않습니다. 물밑에서는 훨씬 더 복잡하고 중요한 논의가 오가기 마련입니다.

 

이번 접견의 공식 발표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의미와 핵심 의제 3가지를 심층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공식 의제: ‘철통 같은 한미동맹’의 재확인

가장 먼저, 양측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의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이는 동맹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신뢰를 다지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 논의

이번 접견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입니다.

  • 최근 성공적으로 개최된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의 후속 조치가 논의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말로만 하는 공약이 아닌,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을 겁니다.
  • 특히 미국 전략자산(핵추진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의 한반도 전개 정례화 문제는 동맹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가시적인 척도이기에, 분명히 언급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의 공동 대응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하는 과정입니다. 관련 내용은 국방부의 공식 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합연습 및 훈련의 내실화

‘동맹’은 함께 피를 흘릴 각오를 다지는 과정, 즉 훈련을 통해 완성됩니다.

 

하반기에 예정된 UFS(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은 이번 논의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을 겁니다. 단순히 연례 훈련을 실시한다는 차원을 넘어, 고도화되는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반영하여 훈련의 내실을 다지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이전에 분석했던 [과거 UFS 훈련의 전략적 의미와 변화]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훈련의 ‘실전성’ 확보가 곧 동맹의 ‘준비태세’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비공식 핵심 의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서막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공식 발표에는 없지만, 이번 접견의 가장 민감하고 핵심적인 비공식 의제는 바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였을 겁니다.

왜 지금 ‘방위비 분담금’이 중요한가?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개시가 임박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미국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변수가 있습니다. 양국 모두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탐색전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번 만남은 그 신호탄과도 같습니다. 역대 SMA 협상 과정을 보면, 초기 단계의 기싸움이 전체 협상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거 협상 경험으로 본 ‘숨은 표현’ 읽기

제가 과거 제10차 SMA 협상 실무 논의를 지원했을 때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미국 측은 공식 석상에서 절대 ‘돈’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습니다. 대신 ‘기여(contribution)’와 ‘책임(responsibility)’이라는 단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며 압박의 수위를 조절했습니다.

 

이번 회담 후 나온 ‘동맹의 역할’이라는 표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을 넘어, 동맹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한국의 포괄적인 기여 확대를 요구하는 매우 정제된 외교적 언어입니다.

셋째, 미래 방향: 공급망과 기술 동맹으로의 확장

마지막으로, 이번 접견은 한미동맹이 군사 안보를 넘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국방과 경제의 결합: ‘방산 협력’의 중요성

최근 폴란드, 호주 등에서 K-방산이 연이어 대규모 수출에 성공하면서, 방산 분야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핵심축으로 떠올랐습니다.

  • 미국 무기체계와의 호환성 강화
  • 첨단 기술 공동 연구개발(R&D)
  •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양국의 국방 기술과 산업 공급망을 엮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협력입니다. K-방산의 놀라운 성과는 제가 이전에 쓴 [K-방산, 세계를 놀라게 한 3가지 경쟁력] 글에서도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역할

미국의 거시적인 외교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큰 그림 안에서 이번 접견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들이 한반도를 넘어 더 넓은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과거 안보전략회의에서 늘 빠지지 않던 주제가 바로 '동맹국의 역할 확대'였습니다. 미국은 항상 동맹국에게 더 넓은 지역에서의 역할을 기대하죠. 이번 접견은 그 연장선상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 항행의 자유, 공급망 안정 등에서 한국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그 범위를 타진하는 중요한 기회였을 것입니다.

결론: 안정적 동맹 관리를 위한 선제적 소통

이번 국방장관과 주한미대사대리의 만남은 단순한 현안 논의를 넘어섰습니다.

확장억제라는 ‘현재’를 점검하고,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대비하며, 기술·공급망 동맹이라는 ‘먼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외교 활동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접견은, 한미동맹이 굳건한 군사 동맹을 기반으로 기술, 경제, 그리고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만남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양국의 실무 협상 과정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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